1. 컴퓨터? 그거 어려운 거 아냐?
필자는 코딩을 해본 적이 없다.
어려서부터 컴퓨터는 미지의 영역이었고, 매우 복잡해 보였기에 썩 다가가고 싶은 영역도 아니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한 살 한 살 나이가 들면서 점점 더 멀어져 가고 있었다. 나는 가만히 있었지만 세상에는 많은 기술들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2. 개발자 트라우마
필자는 대학에서 건축과 재무를 전공하다가 재무팀에서 일을 시작했다.하지만 창업에 관한 갈망이 있었기에 잘 다니던 회사를 1년만에 때려치우고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이것저것 시도해보다가 도무지 방법이 보이지 않아서 창업교육을 받았다. 교육을 받으면서 알게 된 스타트업 대표님이 필자를 마음에 들어 하여 본인 회사로 영입하였고, 뜻밖에 스타트업에 취업하게 된다.강남의 공유오피스로 가서 팀원들과 인사를 했다. 소규모 스타트업으로 대표, 웹 개발자, 앱 개발자, 디자이너, 마케터, 그리고 전략과 재무담당인 필자까지 여섯이었다. 여러 사람들과 인사하는데 그중에서 누가 들어오든 말든 신경도 안쓰던 사람이 있었다. 바로 개발자 '트롤'이었다.
트롤은 머리를 박박 밀고, 헤드셋을 썼으며 모니터에서 도통 눈을 떼지 않았다. 화면은 3개가 있었는데 위아래로 긴 모니터와 보통 모니터, 그리고 맥북이 있었던걸로 기억한다. 보통 민머리는 전문성을 상징하는지라 매우 전문성이 있어 보였다. 그래도 새로운 사람이 왔으면 쳐다라도 봐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는 헤드셋을 쓴 채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었다. 보다 못한 대표가 트롤을 툭툭 치며 새로운 멤버가 들어왔다고 말했다. 그제야 트롤은 헤드셋을 벗고 멀뚱한 눈으로 앉아서 서있던 나를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가장 먼저 나에게 한 말.
트롤 : 핸드폰 뭐 쓰세요?
나 : ????? LG 쓰는데요?
보자마자 핸드폰을 뭘 쓰냐니. '반갑습니다'라는 말은 기대조차 안 했지만 '안녕하세요' 정도는 나와야 하는 것이 아닌가. 매우 당황했지만 대답은 했다. 그랬더니 트롤의 이어지는 질문들.
트롤 : 안드로이드 쓰시는구나. 노트북은 뭐 쓰세요?
나 : ????? 노트북도 LG 쓰는데요?
트롤 : 윈도우 쓰시는구나. 몇 인치예요?
나 : ????? 모르겠는데요?
트롤 : 아~
이 질문을 마지막으로 트롤은 다시 헤드셋을 쓰고 업무를 하기 시작했다. 웬만해서는 잘 당황하지 않는 필자였지만 이 순간만큼은 매우 당황스러웠다. 대표는 별 일 아니라는 듯 자리에 가서 앉았고, 필자도 트롤 옆자리에 앉아서 업무를 시작했다. 몇 시간이 지났을까, 트롤이 불쑥 나타나서 내 노트북 화면을 보기 시작했다. 트롤은 MS 오피스, 엑셀과 파워포인트를 쓰는 나를 무척이나 신기해했다. 재무팀에서 근무하면서 엑셀은 내 신체의 일부나 마찬가지가 됐다. 그런데 내 손발이나 마찬가지인 엑셀을 신기하게 보는 트롤이 너무 신기하면서 이상했다. 서양인을 처음 본 조선사람이 이런 느낌이었을까 싶었다.
난 그날부터 개발자에 대한 선입견과 트라우마 아닌 트라우마가 생겼다.
개발자는 이상하다. 특히 민머리 개발자는 더욱 이상하다. 하필 이름도 트롤이야
역시 컴퓨터는 어려운 거다. 나랑 맞지 않는다고 말이다.
3. 코딩해볼 것을 추천받다.
어찌어찌 회사에 적응하고 나름 재미있게 일하고 있었다. 어느 날, 좀처럼 남의 일에 관심을 두지 않던 대표가 말했다. 나보고 코딩하면 잘할 것 같다고 했다. 그러자 매일 개발자들과 싸우던 디자이너 SY도 동의했다. 내가 논리적이라서 코딩을 잘할 것 같다나 뭐라나. 코딩이 뭔지도 몰랐고, 코딩 → 개발자 → 트롤 → 트라우마로 이어지는 논리구조 탓에 몹쓸 말을 들은 것처럼 몸이 거부하기 시작했다.
나는 코딩과 맞지 않는다, 코딩은 트롤이 하는 거다!!!!!라고 말이다.
그날 나는 꿈을 꾸었다. 위아래로 긴 모니터를 헤드셋을 낀 채로 거북목으로 올려다보면서 코딩하는 내 모습이 꿈에 나왔다.
악몽이었다.
4. 창업, 그리고 뜻밖의 취업, 그리고 재창업
스타트업에서 몇 개월을 일하고 필자는 다시 창업전선에 뛰어들었다. 몇 년간의 창업은 힘들었지만 성공적이었고, 교육사업을 하면서 강연과 컨설팅을 했기에 코딩과 인연이 닿을 일은 없었다. 그 뒤에 S금융그룹에 뜻밖의 취업을 하게 되었다. 창업한 사람은 압축성장을 해왔기 때문에 회사에서 빠르게 승진하면서 승승장구할 수 있었다. 그런데 회사 일은 도통 재미가 없었다. 산전수전 겪으며 매일이 치열했던 창업과 다르게 회사는 너무 안정적이었다. 어떻게든 사업을 성공시켜야 살아남을 수 있었던 과거와 다르게 회사는 너무 안일했고, 나의 기대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회사에 고개를 저으며 필자는 다시 창업의 꿈을 꾸게 되었다.
5. 내가 뭘 잘했더라?
창업을 다시 준비하면서 나와 대외 환경을 분석했다. 내가 잘했던 것부터 대외적으로 괜찮은 것들을 찾아보았다. 그러다가 유튜브채널을 알게 되었는데 바로 '조코딩'이라는 채널이다.
아마 처음 본 영상이 위의 영상이었던 것 같다. 다소 자극적인 제목에 영상을 시청하게 됐다. 영상에서는 요즘 시대가 코딩하기에 좋은 인프라가 매우 많고, 입문자도 접근하기 좋다는 내용이었다. 거기에 대박 난다면 돈까지 벌 수 있다고 말이다. 사실 어느 정도 일부의 성공사례가 과장되어 편향되었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 내용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이 있었다.
1. 이제는 코딩하기가 쉬운 세상이 됐다.
2. 앞으로 인터넷, 가상환경, AI 등 신기술이 계속 나온다.
3. 이런 생태계에 적응하고 일부라도 배워야 새로운 시각을 키울 수 있다.
4. 나중에 사업해서 개발자와 일하게 되더라도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다.
5. 회사를 다니면서 재밌게 할 수 있을 것 같고, 운이 좋으면 수익을 만들 수 있다.
이 같은 이유 덕분에 개발자 트라우마가 있던 나도 코딩을 호의적으로 생각할 수 있었고, 예전에 대표가 나는 코딩을 하면 잘할 것이라는 말이 불현듯 떠올랐다.
그래서 결심했다. 코딩을 해보기로.
6. 이 블로그는 그냥 나를 위한 것입니다.
이 블로그의 1/3은 일기장, 1/3은 유머와 개그, 1/3은 정보성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가 배운 것을 리마인드 하고 정리하면서 나중에 코딩에 익숙해졌을 때(그런 날이 영영 안 올지도 모르겠지만) 이 블로그를 보면서 '이럴 때도 있었지 껄껄'하고 웃는 게 제 목표입니다. 미래의 독자분들도 재밌게 보시면서 아주 아주 아주 가끔 도움 되는 정보를 전달드리는 게 목적입니다. 그냥 제 욕심에 쓰는 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미래에 지금을 회상하며 웃을 수 있는 날이 오도록 꾸준히 해보겠습니다 :)
'그냥 코딩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0006. 코딩의 분야와 웹프로그래밍 (0) | 2023.02.03 |
---|---|
0005. 코딩 시작과 선택의 역설 (0) | 2023.02.01 |
0004. 대체 뭐부터 배우라는 거야? (0) | 2023.01.09 |
0003. 코딩의 개념 (0) | 2023.01.03 |
0002. 첫 코딩을 해보다 - 전자책 Do it! 조코딩의 프로그래밍 입문 (2) | 2022.12.23 |